50대 이후 삶, 시간·돈 얽매이지 말고 청년 때 꿈 찾아 가시길
50대 이후 삶, 시간·돈 얽매이지 말고 청년 때 꿈 찾아 가시길
  • 서동균
  • 승인 2020.05.04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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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관점서 보면 속절없는 시간 나만의 가치 실현이 인생2막

평생교육사 1년 만에 취득 다양한 교육활동 도전
주민센터나 문화센터에서 마이크 잡고 강의도

과거 부모 세대에게 중년이후엔 그냥 음을 버티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에는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공식이 필요하다. 좋은 경험으로 가장 유능하고 가장 쓸모 있어진 나를 데리고 가장 나다운 성공을 이룰수 있는 두 번째 기회, 바로 50대 이후 세컨드 라이프를 위한 다양한 방법과 좋은 모델을 찾아 함께 나누고자 한다. 

학창 시절 ‘쟤라면 50대이후에도 멋지게 살 거야’라고 생각한 친구가 있었다. 예상대로 유명대학 교수가 됐고, 서울강남에 고급 아파트와 다양한 회원권, 좋은기업에 다니는 자녀들까지, 중년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중년 스펙’을 자랑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난 그 친구는 한껏 풀 죽은 모습이었다. 대화에도 잘 끼지 않고 의욕도 없어 보였다.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인생경험이 무기인 만능 70세의 벤(왼쪽·로버트 드 니로) 30세 여성 줄스(오른쪽·앤 해서웨이)
영화 ‘인턴’의 한 장면. 인생경험이 무기인 만능 70세의 벤(왼쪽·로버트 드 니로) 30세 여성 줄스(오른쪽·앤 해서웨이)

“요즘 어떻게 지내?” “그냥 재미없게 지내지 뭐. 요즘엔 골프 치는 낙으로 그나마 살아.”
“너 항상 바쁜 거 아니었어? 활동하던 학회 일이며, 연구도 하고, 좋은 단체 자문도 맡고 있잖아. 골프장이나 운동 갈 시간이나 있어?”

“이런날이 올줄은 알았지만 다 옛날 일이야. 요즘엔 아무도 날 안 불러주더라. 시간이 얼마나 남아도는지 글쎄, 일주일에 사흘씩 골프장에 간다니까.”

남들 즉 누군가에겐 일주일에 사흘씩 골프 치러 다니는 게 성공한 자의 여유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친구의 표정에선 유유자적의 달콤함이 아니라 솔직하고도 진한 씁쓸함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여전히 잘할 수 있는데 50 초중반을 넘자마자 찾는 이들이 하나 둘 없어졌다. 그냥 속상하고 억울해도 사회적 체면 때문에 아쉬운 소리는 못하겠고, 직업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으니 굳이 애쓰며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결국 남아도는 시간을 죽일 방법은 운동이나 골프밖에 없더라는 씁쓸한 자기 고백이었던 것이다.

“은영이 너는 요새 많이 바쁜 거 같더라. 얼마 전에 유투브 보니까 외국어로 사람들 인터뷰도 하고 영국 등 해외 가서 강의도 하던데, 안 힘드냐? 그 나이에 그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니까.”

“당연히 힘들지. 근데 또 엄청 즐거워. 너 기억나지? 나 학생 때 외국 나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땐 환경과 돈이 없어서 포기했지만 지금은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지더라고. 이제부터 진정한 세컨드 라이프가 시작되는 거지.”

“응? 세컨드… 라이프? 그게 뭔데?” “두 번째 청춘 말이야. 20대에 두고 온 꿈을 50대의 내가 다시 찾아서 현실로 만들 두 번째 기회. 그게 바로 세컨드 라이프야.”

인생에는 그 시간에 이르러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50대 중반이 돼서야 내가 깨달은 것 하나는 지금의 내가 20대 청년 시절처럼 자유롭다는 거다. 처음 성인이 된 20대가 내 인생의 첫 번째 청춘이었다면, 30년을 열심히 살아내서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50대는 나의 두 번째 청춘이다. 살아오면서 가장 똑똑하고 여유롭고 지혜로워진 내가 온전히 나만을 위해 시간을 쓰고 돈을 쓰면서 살 수 있는 기회. 모두에게 주어진 이 두 번째 인생을 나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고 부른다. 

인생은 어떤 인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내 남은 인생을 ‘노후’라는 인식으로 보면 속절없이 늙어가는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부모 세대보다 노후가 길어졌으니 돈을 좀 더 오래 벌어야겠구나, 지금보다 씀씀이를 줄여서 부족한 노후 자금을 채워야겠구나, 어떻게든 잘 버티고 유지하는 방법만 고민하게 된다. 돈이 없으면 돈 벌 걱정을 하고, 돈이 많으면 시간 쓸 걱정을 하면서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컨드 라이프’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이제부터가 진짜 내 인생이다. 가족들과 먹고사느라 바빠서 오랫동안 방치해둔 나를 만나고, 지금껏 상처받은 나를 위로해주고, 생계 때문이 아닌 진심으로 나 자신을 위해 인생을 설계하고 나만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이 두 번째 인생이다. 기존의 노후가 나를 ‘정리하는 사람’으로 대하는 거라면, 세컨드의 생활은 ‘다시 꿈꾸는 사람’으로 살도록 나를 이끈다.

20대의 나는 타지역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낯선 생활에 도전하는 인생을 꿈꿨다. 미국이나 외국에 나가 공부하면 ‘딱’ 내 스타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고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며 내생활이란 내게 가닿지 못할 불가능한 꿈이 됐다. 그런데 50대 중반이 되니 신기하게도 내 삶의 모든 지표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꿈을 가리키고 있었다. 경제력, 실력, 경험 등 20대 시절의 결핍이 모두 채워지고 자녀들까지 성인이 되고 나니 시간과 생각마저 자유로운 내가 된 것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 나는 뜨거운 감정으로 벅차올랐다. ‘그래, 지금부터는 진심으로 나를 위해 사는 거야!’

그날부터 나는 무작정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2~3년간 여러 가지 방법을 전전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학습를 이어왔다. 쉽게 늘지 않는 외국어 암기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잠깐이었다. 다양한 학습자료도 많아졌고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지혜를 가지고 금세 일어났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학습에 매진해왔다. 그 덕분에 이제는 외국인들과 짧은 대화 정도는 해내는 수준이 됐다. 그 자신감으로 용기를 내서 구청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관에서 강의하다니! 예전의 나라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친김에 지난해 4월에는 교육부에서 발급하는 평생교육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 떨림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리고 운 좋게 올해 2월에 자격증을 취득하게 됬다.

“조금 이따 시작되는 제 수업에 학습자들이 70명 정도 들어오는데 은영씨가 직접 강의해보면 어때요? 당신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저 한 번도 외국어로 강의해본 적 없어요. 더구나 영어가 모국어인 다문화 사람들 앞에서 하라니, 참으로 부담스럽다. 하지만 학습매니져는 나를 강의실로 밀어 넣었다. 맙소사. 상상만 해오던 외국어 강의가 갑자기 현실이 된 것이다. 초긴장 상태에서 벌벌 떨며 앞에 섰다. 그런데 25년 주부 경력이 덕분이었을까? 일단 마이크를 잡자 내 속에 있던 간절한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또박또박 천천히 아주 쉬운 외국어였지만 말이다.

“저는 한국에서 25년간 주부로 활동했고, 앞으로의 꿈은 멋진 동기부여 강사가 되는 겁니다. 그 꿈을 위해 2년 전부터 외국어 공부를 했습니다. 그때 제 주변분들은 말했죠. ‘포기해. 외국어를 배우기엔 넌 너무 나이가 많아. 불가능한 일이야.’ 그때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너나 포기해. 이건 50중반에 찾은 내 꿈이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마침내 오늘 제 꿈은 첫발을 뗐습니다. 오늘 이 강의가 저의 첫 번째 영어 강의거든요.”

그 순간 강의실에 있던 학습자들 사이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다시 한번 진정한 소통은 언어가 아니라 진심임을 확인했다.

나는 나의 인생을 사랑한다. 철부지로 시작해 아내로 엄마로 또 주부로 살아온 첫 번째 나의 인생을 사랑한다. 그 애절한 사랑만큼 나는 이제 두 번째 나의 인생을 간절히 사랑해주려 한다. 세컨드 라이프를 설계하고 그 안에 내용을 채우고 가치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정점에서 내려오는 ‘노후’가 아닌 내 인생을 완성하는 ‘세컨드 라이프’를 살겠다고 결심한 순간, 우리들의 두 번째 청춘은 시작된다. 누구보다 자신의 퍼스트 라이프를 열심히 살아낸 멋진 내 친구도 이제 더 이상 느닷없이 찾아온 한가로움에 씁쓸해하지 않는다. 자기 인생에 세컨드 라이프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의 세컨드 라이프에 얼마나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질까?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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